날씨가 더워지고 습해지니 지치는 요즘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게으른 저는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요즘 예저에 읽었던 책들을 종종 다시 보곤 하는데 이 '사흘 그리고 한 인생'도 그런 책중에 한 권입니다.
피에르 르메트르는 제가 나름 즐겨 찾는 작가입니다.
이 작가의 오르브아르를 읽고 저는 무척 흥미를 느꼈더랬습니다.
특유의 블랙코미디 같은
음울한데 어이없어 피식 웃음이 나오는 상황들을 얼마나 독특한지...
지금도 최근에 발행한 책 한 권은 책상 한 구석에 모셔두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쭉쭉 읽히지만, 워낙에 장편이라 책이 거의 무기를 넘어가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작가의 책들 가운데 이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은 거의 단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두께입니다.
그래서 읽기가 한결 편했습니다.
*책 리뷰는 주로 제 감상위주이긴 하지만, 원치 않는 스포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작은 마을,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마을에서 한 소년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한 소년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죠.
방향을 잘못 잡은 분노가 의도치 않는 살인을 만들게 되었으니까요.
주류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던, 친구 무리에서도 약간의 아웃사이더였고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살짝 홀대당한 기분에 의기소침하여
소심한 분노를 품었던 소년은 자신보다 한참을 어린 소년의 앞에서 자신의 분노를 최대한 표현했고 그 표현은 어린 소년의 죽음을
야기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을, 자수와 도망 사이에서의 갈등, 그 와중 홀로 자신을 키우신 엄마에 대한 미안함 조여 오는 것 같은 경찰들...
소년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잡을 수 없어 계속해서 무너집니다.
하지만, 참 불행인지 다행인지 불어닥친 자연재해 앞에서 살인의 흔적은 희미해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소년에서 생존으로 바뀌면서
숨통이 트이게 되죠.
하지만, 그 사흘의 시간은 결코 소년의 인생에서 짧지 않았습니다.
그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았고, 자신의 바라는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만 했으니까요.
처음 읽었을 때는 사실 제대로 보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두 번째 읽으면서 다시금 깊은 생각을 하게 한 부분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용의자로 몰렸던 한 남자와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소년의 대화는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 소년이 자라 성인이 되는 긴 시간 동안을 가슴깊이 묻어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어쩌면 소년의 이야기보다 더 가슴깊이 와닿았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소년이지만, 그 행각에 적혀있지 않던 남자의 이야기가 결국은 제 가슴에 남게 되었네요.
... 그것은 일생일대의 사랑이었어요.
아니, 앙투안은 이것이 조금도 우습지 않았다.
그에게도 일생일대의 사랑이었으니까.
결국은 사랑.
그 사랑이 한 소년의 인생에 미친 지대한 영향에 대한 이야기라고 저 나름 생각합니다.
죽음을 맞이한 어린 소년은 한없이 가엽지만, 읽는 내내 그 사흘을 한평생처럼 괴로워하던 앙투안의 고통을 알고 있기에 누구의 편도 될 수 없었던 그저 그 소년의 인생이 어찌 흘러가는지 따라만 가던 저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소년의 살게 했던 것이 결국은 저것이었구나 알게 된 순간 그의 삶이 구원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삶은 결코 그 혼자 만든 것이 아닌 삶이기에 그것을 안 순간 앙트완의 삶의 방향은 또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괴롭히던 불안에서 조금 더 벗어난 앙투완의 삶이 조금은 더 궁금해졌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몰아치는 책은 얇지만, 가볍지 않은 무게감은 남겼네요.
다시 이제 두꺼운 책을 만나 봐야겠습니다.
이게 피에르 르메트르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한 번 읽으면 왠지 또 다른 작가의 책을 찾게 하는 것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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