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운동을 특히 뛰거나 걷는 운동을 정말 좋아하지 않아요.
몸이 힘든 걸 굳이 해야 하나?라는 게으른 생각으로 살았거든요.
대신 몸을 쓰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클라이밍이나 킥복싱 같은 그런 운동이요.
하지만, 그마저도 그렇게 오래 하지는 못했어요.
그런 제가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이유였어요.
뛰고 싶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저는 얼마전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을 하나 겪었어요.
그 사건이 저를 뛰게 만들었단 생각이 들어요.
무언가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은데 혼자 할 수 있는 것.
그게 러닝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달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으니, 다리가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뛰지? 아 좀 창피한데? 이런 생각에 용기 내어 밖으로 나가서는 열심히 걷기만 하고 왔어요.
처음은 역시 도움이 좀 필요했어요.
뜻이 맞는 친구들이 있어 작년 마라톤을 나가보자!라는 말이 나오고 연습 삼아 뛰자! 하며 모여서 처음으로 저는 달리기를 했습니다.
처음 5km를 걷다가 뛰다가를 하면서 달렸어요.
엄청 힘든 일이더라고요.
그냥 걷는 것과는 다른 그 느낌이 있었어요.
그렇게 한 번을 하고 나니 저 혼자서도 뛸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같은 공간을 걷기만 하던 제가 뛰고 있는 제 모습이 무척이나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혼자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뛰는 기분이 참 좋았어요.
혼자 그 순간 오롯이 존재하는 기분.
뛴다는 게 뛸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버겁다고 느끼는 일들도 다 잊어버리고, 잡다한 걱정과 고민은 잊어버리고 온전히 나의 다리에 나의 호흡에 그리고 시시때때로 바뀌는 풍경에 온전히 나를 맡기고 있는 느낌.
그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못 뛸 것 같은데 그래도 해내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도 더불어 따라왔어요.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뛴다는 건.
한 번 뛰고 오면 다시 안뛴다 생각하지만 어느새 달리고 올까 생각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거든요.
무리하지 않게 주변에 휩쓸리지 않게 나만의 페이스로 달리는 시간,
정말 나만 생각하는 그 시간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왜 내가 20대에 한 일을 너는 지금 하고 있냐고.
아마 지금이라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과거의 저라면 이렇게 뛴다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제 겨우 뛰기 시작 한 제가 얼마 전 서울하프마라톤 10km를 완주하고 왔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지금 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일들이 있다면, 지금이라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오늘이 가장 늦지 않는 때라는 상투적인 말이 너무나 맞는 말이라는 게 와닿는 요즘입니다.
오롯이 내 몸에 맞게 나만의 페이스로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 주는 즐거움
그 즐거움이 저의 러닝의 이유입니다.